생산자 이야기
피티워모 프랑코 바씨 부스 방문기
Written by JUNGHEE PARK
BEAMS의 나카무라 타츠야와 BEAMS F의 슈헤이 니쉬구치 그리고 팀원들

Franco Bassi in Pitti U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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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FW 프랑코 바씨 부스를 다녀오다.

  



지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열린 97회 피티워모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피티워모를 처음 간 게 2013년 1월이었으니 벌써 만 7년이 지났네요. 이곳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프레스라는 신분으로 남들이 쉽게 가지 못할 다양한 브랜드의 행사에 초대받아 이색적인 경험들을 했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알고 계시겠지만 피티 워모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펼쳐지는 남성복 박람회입니다. 미디어를 통해서 멋지게 옷을 입은 남자들의 ‘놀이터’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본질은 상품을 사고파는 무역업의 현장이죠. 




저는 이곳에서 다양한 취재활동을 합니다. 한국에서 만나기 힘들지만 이곳에서 꼭 만나게 되는 한국 분들도 있고 전 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업계 사람과 친분을 다질 수 있는 기회죠. 이들을 만나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 시장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곤 합니다. 




게다가 각 브랜드의 부스를 찾아가 이들의 신상품을 먼저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브랜드마다 심혈을 기울여 샘플을 준비해 팔 준비를 마치면, 바이어들은 한정된 예산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걸 찾기 위해 집중을 합니다. 어찌 보면 ‘창과 방패’와 같은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이랄까요. 


그렇다고 살벌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건 아닙니다. 바이어와 서플라이어 모두 인간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원칙일 테니까요. 

 



 

혼자서 이곳저곳 부스를 둘러보던 중 반가운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바로 메멘토모리 식구분들에게 친숙할 ‘프랑코 바씨(Franco Bassi)’의 부스였어요. 2년 전엔 메멘토모리 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기억이 선명합니다. 그때 실질적인 바잉 업무가 이뤄지는 순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죠.  




부스 안으로 들어가니 오너 프랑코 바시와 세일즈 디렉터 리차드 알렌이 반겨주더군요.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제가 도착했을 때 부스 안은 아주 분주했습니다. 일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빔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카무라 타츠야빔즈F의 디렉터 슈헤이 니쉬구치 등 빔즈F 팀이 단체로 들어와 타이를 주문하고 있었거든요. 그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을 때 저도 한 장 찍어봤습니다. 피티 워모에는 수많은 타이 브랜드가 있는데, 프랑코 바씨는 빔즈F의 깐깐한 감식안을 항상 ‘프리 패스’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특별한 무언가가 있겠죠. 


빔즈 팀이 빠지고 나서야 리차드를 통해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 프랑코 바씨는 몇 가지 새로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함께 살펴 보실까요.




먼저 프랑코 바는 총 세 개의 타이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프랑코 바 라인'. 그리고 아카이브에서 영감받은 ‘헤리티지 컬렉션’. 마지막으로 1980년대 황금기에서 영감받아 만들었다는 ‘골든 80’s 아카이브’입니다. 





프랑코 바의 기본 컬렉션은 언제나 그렇듯 블루 컬러를 기반으로 한 타이들을 선보입니다. 다만 이번 시즌에는 퍼플 컬러가 가미된 화려한 패턴들이 더 많아졌네요. 




헤리티지 컬렉션은 그들의 옛 아카이브에서 영감받아 타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예전 타이를 현대적으로 매만졌다는 얘기죠. 흥미로운 건 이 타이를 만들 때 ‘Vanners Weavers Silk’라는 두툼하고 튼튼한 영국 실크 원단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과거에 이 원단을 사용해 타이를 만든 기억을 되살려 새롭게 시도해봤다고 하네요. 기존 프랑코 바 타이와는 다른 묵직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골든 80’s 컬렉션은 1980년대 문화 황금기를 떠올리며 구상했습니다. 모든 타이에 ‘골드’ 컬러가 포인트로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이죠. 또한 가지 재미있는 건 타이를 맸을 때 소검의 뒷면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대검과 같은 패턴이 이어지도록 처리했다는 점입니다. 리차드는 이를 두고 이번 컬렉션을 위한 작은 위트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프랑코 바에선 타이 말고 스카프도 만날 수 있죠. 그런데 이번엔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니트 비니와 니트 머플러 그리고 리버서블 베스트를 선보였거든요. 왜 이렇게 상품의 폭을 넓혔다는 질문에 리처드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프랑코 바의 감성을 좀 더 새롭게 전달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 상품이나 만들 수 없으니, 타이만큼 남자에게 필요한 액세사리를 생각해봤다. 비니와 니트 머플러는 타이를 하지 않은 캐주얼한 환경에 어울릴 거고, 리버서블 베스트는 비즈니스맨들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니트 비니는 어른 남자가 하기에도 과하지 않은 느낌이었으며, 리버서블 베스트는 아주 실용적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베스트의 한쪽 면엔 프랑코 바 타이에서 볼 수 있는 패턴이 새겨져 있어 친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들의 신상품을 메멘토모리에서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아마 매장에 입고되는 여부에 따라 그 답을 알 수 있겠네요. 

 

참고로 메멘토모리와 프랑코 바는 오랜 신뢰 관계 덕분에 피티에 오지 않더라도 바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뒀습니다. 한국에서 온라인 쇼핑하듯 샘플을 보고 발주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상품을 쭉 둘러본 후 리처드 씨에게 메멘토모리가 어떤 상품을 주문할 것 같은지 추측해 보자고 미션을 던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베테랑 세일즈 매니저답게 척척 골라내더군요. “메멘토모리는 언제나 ‘네이비’를 중심으로 하는 우아한 타이들을 좋아하지. 내 생각엔 말이야 이런 타이들을 고를 것 같아. 확신할 수 있어.” 




리처드의 ‘감식안’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여러분들도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6개월 뒤에 프랑코 바의 신상품이 등장한 후 이 글을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때 기사로 본 그 타이가 어느새 눈앞에 마주하게 된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Written by JungHee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