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가이드
그레나딘(Grenadine) 타이
GUIDE TO WEARING GRENADINE TIES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타이를 매지 않는 복장 일명 노타이 차림이 굴지의 대기업과 공무원들 사이에 권장되면서 가뜩이나 가속화되는 남성들의 복장 규율의 캐주얼화, 간편화의 경향에 기름이 부어졌다. 노타이 차림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일반화되면서 점점 더 넥타이가 설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남자의 격식과 우아한 스타일에 박수를 보내던 적지 않은 이들이 우려 섞인 한숨을 쉬고 있다. 정말 이대로 더위와 에너지 절약 앞에 정갈하게 타이를 맨 단정한 매무새의 신사들과 이별을 고해야 할까? 

 


Navy mohair suit with teak brown grossa grenadine tie.

 

 

이런 우려 속에서도, 남자의 잘 차려입은 복장, 특히 타이를 단정하게 맨 모습이 가치가 있음을 인식하는 이들이 있다. 필자의 지인 중엔 치기공 전문의, 즉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치과치료의 권위자가 있는데, 그는 고객들에게 전문가로서의 위엄과 기술적 우위를 전달하는데 있어, 그 어떤 설명과 시작적인 자료들 보다, 정갈하게 타이를 매고 하얀색 진료 가운을 차려입은 의사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환자 혹은 미용적 개선을 필요로 전문가를 찾은 고객의 입장에서 의사는 실상 절대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그저 편안한 차림, 이웃집 아저씨 같은 차림으로 상담에 응한다면, 하염없이 쏟아 보내야 할 신뢰가 멈칫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가 타이를 매건 매지 않건 그의 의학적 지식과, 경험에 근거한 기술적 우위는 달라지지 않으리라. 하지만 정갈하게 다듬어진 매듭으로 중심을 지키고 있는 그의 타이는 그에게 위엄과 권위를 부여하고 치료와 시술을 앞둔 환자 혹은 고객에게 무한한 신뢰를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Tone on tone styling : Gray suit with pearl gray grossa grenadine tie.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삼복더위를 관통하고 있는 8월의 우리에게 보통의 타이는 너무나도 큰 부담이다. 이 무더운 여름 남자의 목을 비교적 시원하게(보는 이들도 서늘하게) 그러면서도 신사의 위엄과 전문가의 권위를 지켜줄 타이는 과연 없을까? 이 계절에도 타이를 반드시 매야만 하는 남자들과 그들을 마주할 모두를 위한 최고의 여름 타이 소재인 그레나딘을 소개한다. 

 



Grossa grenadine

 

 

그레나딘은 입체감이 있게 방적된 원단으로 이태리에서 처음 만들어져 18세기에 프랑스에서 레이스용으로 많이 소비되던 소재다. 근래에는 거의 타이용으로만 제작되는데 대부분 실크를 원 재료로 사용한다. 그레나딘은 특유의 입체감이 매력이다. 오돌토돌, 혹은 올록볼록 입체감 있게 방적된 탓에 매듭을 매면 입체감을 위해 확보된 공간이 압축되어 겉으로 보이는 타이의 부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트가 아주 작게 만들어진다. 따라서 노트 아래로 드리워지는 대검(타이의 긴 쪽) 부분이 풍성한 볼륨의 곡선을 그리게 되는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얼기설기 입체감 있게 방적된 탓에 흔히들 니트 타이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뜨게질을 하듯 니팅 방식으로 제작된 니트 타이와는 본질적으로 접근 방법이 다르다. 따라서 니트 타이가 가진 다소 캐주얼한 느낌을 싫어하는 이들에겐 포멀리티가 한 결 높은 제품으로서 여름 타이의 선택에 있어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로싸 그레나딘 원단의 짜임

 

사실 그레나딘이라는 이름을 언급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이들이라도, 올록 볼록 입체감을 가진 그레나딘 타이를 실제로 보면 그 독특한 텍스처에 쉽게 반할 것이다. 더욱이 숀 코네리가 연기한 7편의 007시리즈 중에 단 한편, ‘Goldfinger’를 제외하곤 제임스 본드가 항상 네이비 컬러의 그레나딘 타이를 맺던 사실을 알게 되면 깜작 놀랄 것이다. 신사와 멋쟁이의 전형인 007이 그레나딘 타이를 맸다는 것은 이 더운 여름에도 타이를 매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 우리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맹목적으로 제임스 본드릐 스타일을 따라 할 필요는 없겠으나 시대를 풍미한 최고 멋쟁이 케릭터의 선택은 참고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레나딘의 풍부한 볼륨감, 가볍게 바스락거리는 촉감과 멋에 반해 그레나딘을 목에 건 남자들의 여전히 타이가 주는 권위와 위엄을 알기에 타이의 매듭을 자주 고쳐 맬 것이 분명하다. 격식을 차리되 한결 가벼운 느낌으로, 착용자도 그리고 그렇게 애써 타이 매기를 고집하는 남자의 격식과 예절의 가치를 아는 남자를 바라보는 상대편에게도 부담감을 덜 줄 수 있는 타이다. 이 여름 그레나딘으로 현명하고 우아하게 여름 신사가 되어보자. 

 

007 Goldfinger(1964) : Sean Connery with navy grenadine tie.


그레나딘 타이 스타일링 팁
1. 얇고 작은 노트와 상대적으로 우아하게 펼쳐지는 드레이프 때문에 플레인 노트, 포인핸드노트로 매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2. 그레나딘은 알려진 바 올이 잘 풀리는 원단이다. 이는 그레나딘의 매력이기도 한데, 올이 풀린 타이를 싫어하는 이들이 해 마다 새로운 그레나딘을 구입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3. 입체감을 부여한 직조 방식 때문에 마치 니트 스웨터가 늘어 나듯 그레나딘 타이도 풀고 매고를 반복하면 늘어나게 된다. 타이가 최대 10센타미터 까지 늘어나기도 하는데 자신의 상체가 짧아진 건 아닌지 의심할 필요는 전혀 없겠다.


- 한국신사 이헌




 Written by Hun Lee of Il Gusto del Signore